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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공간, 좋은 집
  작성자 : M.A건축 작성일 : 2017-03-27 조회수 : 630
 
 
 

좋은 공간, 좋은 집


  공동주택을 가르치는 설계교수로서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에게 가장 처음 부여하는 과제는 바로 어떤 크기와 형식에도 제약을 받지 않고 가장 이상적인, 살고 싶은 멋진 공간을 구상하라는 것이다. 이 공간은 집의 모든 부분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막힌 방을 제외한 현관에서 거실과 주방 그리고 복도와 발코니에 이르는 모든 열린 내부 공간을 의미한다.


  그런데 의외로 이런 공간을 떠올리는 것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다. 어떤 학생은 기존에 지어진 주택이나 아파트의 내부공간을 그대로 가져오기도 하고 어떤 학생은 그냥 사각형 공간에 가구 몇 개를 배치하고 손을 드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왜 그럴게 멋지고 이상적인 공간을 구상하는 것이 어려운 것일까? 아마도 우리는 집이라는 공간을 항상 수동적으로 공급받아 왔기 때문에 집은 이런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빠져 있어 다른 스케일과 질서를 갖는 공간을 상상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다시 이 학생들에게 자기가 원하는 공간을 이미지로 꼴라쥬(합성)해 보라고 다시 미션을 준다. 그러면 이전과는 전혀 다른 공간이 나타나며 비로소 하나의 주거 유니트를 구성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되고 이를 바탕으로 유니트를 평면화 하게 된다.

   

  건축학과 학생들은 이렇게 공간에 대한 훈련을 받으면서 성장하게 되지만 건축을 전공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좋은 공간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아파트에서 태어나 자라고 평생을 사는 사람에게 과연 좋은 공간은 어떤 것일까? 그에게 그것은 단순히 더 큰 방, 넓은 거실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좋은 공간은 무엇일까? 내부 공간이 사용자에게 잘 맞고 편리하다면 기본적인 조건을 충족하여 만족할 수 있지만 좋은 공간은 이러한 기본적인 만족감 그 이상을 의미한다.

 

  즉, 용도에 맞는 적당한 크기의 공간에서 적절하게 조절된 자연광을 받으며 확장감을 느끼고 외부 풍경을 감상하며 정신적으로 충만하게 할 수 있다면 비로소 좋은 공간이라 할 수 있겠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는 불과 4평이지만 충실하게 구성된 오두막에서 큰 만족을 느끼며 수도승처럼 말년을 보냈다.

 

  그렇다면 좋은 공간은 좋은 집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좋은 집이라고 할 때 우리는 보통 고급 외장재로 마감된 큰 집 혹은 인테리어에 많은 돈을 들인 집을 떠올리게 되며 대개 일정한 기준을 넘어설 때 집 좋네 라는 감탄을 한다. 하지만 비싼 집이 반드시 좋은 집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고급이지만 정신적으로 안정감과 충만함을 주지 못하는 집도 있음을 많이 보아 왔으며 크기와 고급의 정도를 떠나서 본질적으로 좋은 공간을 가진 집만이 좋은 집이 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공동주택은 크기별로 대동소이한 공간 구조를 가지고 있어 그 곳에서 오래 거주한 거주자는 다른 공간 구조를 상상해 내기 힘든 환경에 둘러싸여 있다. 외국의 경우에는 비교적 저렴한 임대료의 공동주택이 유명한 건축가에 의해 설계된 경우가 많아 외관 및 내부공간이 천편일률적이지 않고 상당히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없는 시민들이 유명 건축가의 좋은 집에서 거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평등과 배려의식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어서 부럽기도 하다.

 

   유학 시절에 유학생들끼리 혹은 프랑스인 지인들과 서로 자신의 집에 초대해 교류를 한 것이 하나의 큰 즐거움으로 기억된다. 그 즐거움은 바로 초대되어 간 집들이 다양한 공간 구조를 가지고 있어 이 집은 발코니가 이렇게 생겼네, 저 집은 거실이 이렇게 구성됐구나 하며 눈여겨 보는 것이었다. 같은 아파트 내에서도 공간 구조가 서로 다르기도 하는데 건축가인 이웃집에 가 보았더니 생각과는 달리 복층으로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었다.


  이렇게 서로 다른 공간 구조를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안목이 생기게 되는 것은 생각보다 큰 힘을 가지게 된다. 이것이 사회에서 하나의 무형의 자산으로 형성되며 축적된다. 예를 들면 프랑스 영화를 보면 으리으리한 샤토 같은 저택이나 멋진 단독주택 뿐 아니라 공동주택이 공간적인 배경으로 많이 등장하게 되는데 예기치 못한 동선에 가끔 놀랄 때가 있다.


  이렇게 좋은 공간, 좋은 집을 만들기 위해서 건축가는 많은 고민을 하고 건축주에게 명확히 이해시켜 서로 공감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건축가가 확고한 자신만의 철학과 건축관을 가지고 건축주가 원하는 것을 자신의 작업에 녹여내서 좋은 공간을 만들어 내는 노력을 충분히 하고 건축주 역시 안목을 높여 공간을 바라보게 되면 자연히 좋은 집이 탄생하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김연준, 목원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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