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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위한 건축인가?
  작성자 : M.A건축 작성일 : 2012-10-23 조회수 : 2337
 
 
무엇을 위한 건축인가?


건축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학부때부터 가장 흔하게 듣는 이야기는 ‘건축은 사회적 산물이다’ ‘문화적 산물이다’ 라는 말이다. 이는 건축이 단순히 콘크리트 덩어리가 아니며,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건축은 예술이다’ 라는 말도 흔하게 듣는 말이다. 이 역시 건축이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심성이나 정서적 표현의 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공부하는 과정에서 건축이 예술이라든지 문화적 산물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은, 한편으로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건축의 본질을 왜곡하는 역효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굳이 건축을 예술이라 하지 않아도, 문화적 산물이라 하지 않아도 건축행위 자체는 이미 그러한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건축행위에는 그러한 특성만으로 전체를 설명할 수 없는 매우 복합적인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에 네덜란드에 하우징 답사를 갔을 때의 일이다. 네덜란드는 유럽 국가들중에는 비교적 국내 상황에 참조할 만한 사례들이 있는 편이고 작은 나라이지만 근대건축시기에 데 스틸이나 암스테르담 학파 등의 중요한 활동이 전개된 저력을 갖고 있어서 국제적으로 유명한 건축가들도 다수 배출된 것이기도 하다. 그중 헤르만 헬츠버거(Herman Hertzberger)의 하우징을 찾아가서 보고 있는데 1층에 사는 아주머니가 나와서 어디에서 왔는지를 묻는다. 한국에서 왔는데 건축을 가르치는 선생이라고 했더니 마침 잘 되었다고 하면서 이 주택에 대해서 기회가 있으면 전문지에 소개를 좀 해달라는 부탁을 하였다. 내용은 이렇다. 이 주택은 서민주택이기는 하지만 아주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한 주택이라는 것을 자기도 알고 있고, 여러 사람들이 보러 오기도 하는데 실제로는 살기에 아주 불편하다는 것이다. 가장 문제는 1층의 거실에 앉아 있으면 위층에서 화장실을 사용할 때 거의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소음이 심하다는 것인데, 서양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복층형 주택인 이 집은 거실의 상부에 화장실이 배치되어 있어서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사는 사람은 불편하다고 호소를 하는데 정작 이 주택은 현대주택을 이야기할 때 빈번하게 좋은 주택으로 소개되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이 주택을 설계한 헤르만 헬츠버거는 근대건축이 기념비적인 형태를 추구하면서 건축에서 인간을 소외시키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는 점을 매우 강하기 비판하면서, 건축에서 각 개인의 선택과 각자의 다양한 행위를 지원해주는 건축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온 건축가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더욱 아주머니의 말에 더 관심이 갔었다. 정작 사는 사람은 불편하다고 호소는 하는데 건축계에서 좋은 건축물로 빈번하게 이야기되는 그 간극은 무엇일까?

모든 인간이 완벽할 수 없듯이 어떤 건축물이든 완벽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간극이 매우 크다면 우리가 좋은 건축물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전문가들이 높게 평가하는 것이 물론 아무런 근거없는 평가가 아닌 것은 분명하고, 일반 대중이 평가하는 것이 항상 옳다고 할 수는 없을지라도, 건축이 갖고 있는 보다 본질적인 문제들 – 즉 살기 편하고, 경제적이며, 안락함을 느끼고, 유지관리가 용이한, 그리고 견고한 구조적 특성을 갖고 있는 건축물, 그리고 형태적으로 매우 아름다운 – 의 조율과 조화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건축은 인간을 위해 짓는다는 것, 그리고 거창한 삶의 거대 담론에 대한 지향이 아니라 매일 매일 벌어지는 소소하고 때로는 하찮아 보이는 (그러나 실제로는 하찮다고 폄훼할 수 없는) 일상을 담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좋은 건축은 인간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근간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강인호, 한남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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